BMW가 FCEV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미국 수소 충전소의 평균 수소 가격은 지난 9월 최고치에 도달했다. BMW는 그럼에도 연료전지차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차(FCEV)는 한 때 화석 연료를 탈피하기 위한 완벽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생각하고 선호하는 차량처럼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유해한 배기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Toyota는 《Mirai》 같은 모델을 출시하며 이 기술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훨씬 대중적인 대안인 배터리 전기차(BEV)가 FCEV보다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현재 BEV는 발전하는 반면 미국의 수소 충전 기반시설은 흔들리고 있다.
연료전지의 높은 비용과 제한적인 수소 공급, 액화 수소를 수송하여 펌프로 충전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 주요 장애물이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에만 수소 충전소가 존재하지만 그 마저도 Shell이 올해 초 운영하던 충전소 7곳을 모두 폐쇄하면서 감소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Hydrogen Fuel Cell Partnership)에 따르면 9월 11일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는 43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독일 자동차 대기업 BMW는 FCEV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Toyota와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수년 동안 수소를 이용한 콘셉트카와 R&D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속도가 붙고 있는 듯하다. BMW는 작년 독일에서 《iX5 Hydrogen》 모델의 시범 플릿을 출시했다. 이 차량은 Toyota의 3세대 연료전지를 이용한다. 양산 버전은 2028년에 출시되며 이후 FCEV를 추가로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
BMW 관계자들은 최근 뉴욕 기후주간(Climate Week) 행사에서 FCEV는 세 가지 면에서 BEV의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상용차의 수소 기반시설이 증가하면서 승용차도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둘째, 수소가 정치형 에너지 저장 장치(stationary energy storage)에서 잉여 재생 에너지의 부하를 분산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셋째, 이 기술이 특정 주행 조건에서 장점을 보유한다는 것이다.
BMW가 BEV도 포기할 생각이 없으며 실제로 다수의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BMW 관계자들은 과거 <InsideEVs>에 BEV 투자와 비교하면 수소 R&D 지출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BMW가 미래를 위한 기술을 탐색하면서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연방 정부의 수소 투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의 미래에너지프로그램(Energy Futures Program) 책임자 Lewis Fulton은 BMW가 뉴욕에서 주최한 수소 관련 행사에 패널로 참석하여 “대형차를 위한 충전소가 확대되면 소형차 시설 비용도 낮아지며 더욱 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상용차와 철강 및 시멘트 등 일부 다른 산업에서 수소 생산과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의 투자금을 지원했다. 미 에너지부(DOE)는 지난 3월 국가탄소무배출화물통행로전략(National Zero Emission Freight Corridor Strategy)을 공개하며 미국 내 배터리 및 수소 트럭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DOE는 ‘지역 청정 수소 허브(Regional Clean Hydrogen Hubs)’를 구축할 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이 전략을 실행하고자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초당적인프라법(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을 통해 허브 구축에 70억달러를 투입했다. 이 허브는 청정 수소 생산자와 이를 연결하는 기반시설로 구성된 네트워크이다.
DOE는 이미 청정 수소 생산에 특화된 기업들에게 프로젝트를 배정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텍사스,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미네소타,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뉴저지,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간 등 미국 전역에 걸쳐 진행된다. Nikola는 이미 미국에서 클래스8 수소 대형트럭 200대를 판매했으며, 그 중 88대가 3분기에 판매되었다.
◆ 전기 저장장치에 사용되는 수소
수소가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으로서 담당하는 역할이 BMW가 FCEV의 성공 가능성을 예상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수소 컨설팅 기업 CleanEpic의 책임자 겸 전 DOE 청정에너지실증국(Office of Clean Energy Demonstrations) 분석 담당 국장 Jason Munster는 “전력은 생산되었을 때 사용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저장해야 한다”며, “배터리를 이용해 전력망 규모의 저장 장치를 구축하는 비용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전력을 수소로 변환하여 저장하는 방법의 타당성이 훨씬 높다.
EV는 전력망 확대를 위한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Munster는 60억달러를 투자하여 캐나다 퀘벡과 뉴욕을 잇는 Champlain Hudson Power Express 전력 전송선이 20년 간의 과정을 거쳐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2026년에 전송선이 완공되면 뉴욕의 전력 필요 중 20%를 수소로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망 확대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면 BEV 충전기를 증설하려는 노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이유로 충전기 운영 승인에 몇 년이 소요되고 있다(하지만 상황이 개선되어 미국은 이제 매주 신규 충전기 1천대를 추가하고 있다).
잉여 재생 에너지를 수소로 저장하는 방법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미국의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생산은 향후 몇 년 동안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 에너지에서 얻은 잉여 전력은 전기 분해(electrolysis)라는 과정을 통해 수소 생산에 이용되며, 생산된 수소는 저장된 후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기간에 전력망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전력으로 다시 변환된다.
<NPR>의 보도와 같이 캘리포니아에서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다른 주보다 태양광 시설 용량이 높아 봄에 잉여 재생 에너지가 생산된다. 그러면 캘리포니아의 전력 공급 업체들이 잉여 전력을 유타 사막에 위치한 Chevron-Mitsubishi 수소 발전소로 전달한다. 이 시설에서 전해조(electrolyzer) 가동에 잉여 전력을 사용하여 물 분자를 수소로 분리한 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규모의 지하 동굴에 저장한다.
이 곳에서 기체 형태의 수소를 파이프를 통해 인근의 Intermountain Power Project로 공급한다. 이 시설은 현재 석탄으로 가동되지만 조만간 세계 최초로 100% 친환경 수소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 및 건설된 가스 터빈을 이용할 예정이다.
BMW는 실제 주행을 청정한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점도 FCEV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소를 충전하기 전까지는 BMW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한다. FCEV는 물 외에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으며, 연료전지는 저온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효율성이나 항속거리가 약화되지 않으므로 추운 날씨에는 BEV보다 효과적이다. 또한 견인과 화물 운반에서는 가솔린 차량과 유사한 성능으로 BEV보다 뛰어나며 유해한 배출가스도 발생하지 않는다.
◆ 미국에서는 불확실, 다른 지역에서는 가능성 높아
그렇다고 해서 미국 소비자들이 FCEV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구매하고 사용하며 쉽게 충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거의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지난 주 BMW가 주관한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시간에 따라 규모가 확장되면 수소 1kg을 생산하는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수소 저장, 수송, 물류 비용을 반영하여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시점에도 여전히 합리적인 비용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확실히 답하지 못했다.
S&P Global은 캘리포니아의 수소 충전소에서 제공하는 평균 수소 가격이 지난 9월 킬로그램당 33.49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소 1kg에 포함된 에너지는 가솔린 1갤런과 동일하며 효율성도 유사하다. DOE에 따르면 이론상 수소의 효율성은 60% 이상이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이 수치보다 훨씬 낮다. 반면 BEV는 배터리 에너지의 90% 이상을 차량의 기계적 동력으로 전환하므로 효율성이 훨씬 높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전기차에 관한 의견이 심각하게 양분되어 있다.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극단적인 양극화와 정치화 양상이 나타난다. 또다른 추진 유형이 등장한다면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선거 유세에서 수소차는 폭발할 것이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운전자는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라는 사실과 다른 정보로 수소를 악마화하고 있다.
아울러 현 시점에서 캘리포니아에서 가동 중인 수소 충전소는 43곳에 불과하다. 반면 대체연료데이터센터(Alternative Fuels Data Center)에 따르면 BEV에 사용하는 레벨2 및 DC 급속 충전기는 4만 7천개 이상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Tesla 차량은 구매하지만 Toyota 《Mirai》나 현대 《Nexo》는 구매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BMW만 FCEV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Toyota와 Honda, 현대자동차도 수소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Honda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CRV e:FCEV》를 출시했는데 충전 가능한 배터리와 수소 탱크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한국 현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도 차세대 《Nexo》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소는 미국보다 다른 곳에서 더욱 유망해 보인다. 전 세계 수소 충전소 배치 현황을 조사하는 H2Stations.org 자료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동 중인 수소 충전소는 250곳 이상, 중국은 약 197곳, 한국은 160곳 이상이다. BMW의 판매량에서 중국과 아시아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전동화 과정에서는 연료전지 기술이 작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으나, 미국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없는 도박이다. 미국에서는 HEV, BEV, PHEV가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으므로 당분간 FCEV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314동 현대·기아 차세대자동차 연구관 5층
TEL. 02-870-8000 / FAX.02-886-1902
COPYRIGHT ⓒ 2021 HYUNDAI NGV.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