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특허 무상으로 공개하는 자동차 제조사들
회의론자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하며, 이 말이 맞는 경우가 많다. 아무 조건 없이 제공된다는 말에 어떤 조건이나 다른 어떤 것이 추가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 사례들도 빈번하다.
그렇지만 이번 달 Renault는 특허 기술인 Fireman Access 시스템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공개하며 전례 없이 극도로 관대한 행보를 보였다.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이러한 사례들이 있었으며 오늘날의 모든 차량에서 다양한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놀랄 것이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들이 순전히 더 나은 세상과 안전성 강화를 위해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 Renault의 사례
Renault는 배터리 화재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한 후 무상 실시권(license) 정책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 및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공개했다. 기본적으로 특허 기술인 Fireman Access 시스템은 소방대원들의 배터리 접근을 돕기 위한 것이다. 배터리의 개구부에 접착식 디스크가 설치된다. 이 디스크의 온도가 너무 높아 접근할 수 없을 것이므로 소방대원들은 소방 호스에서 분사되는 물로 디스크를 제거하고 배터리셀에 물을 투입하여 열 폭주를 방지할 수 있다.
배터리셀에 화재가 발생하면 연소가 끝날 때까지 멈추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방 서비스가 화재 현장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Renault가 재산과 소방대원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한 것은 중대한 발전이며 칭찬할만하다. 이전에 살펴본 바와 같이 소방대원들은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구멍을 파고 Tesla 《Model S》를 물에 잠기게 하는 등 격렬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 기술을 채택할 의무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EV 제조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므로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VW 《ID.7》이나 Porsche 《Taycan》에서도 이 기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Volvo의 사례
3점식 안전벨트는 다소 비극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Volvo 사장이었던 Gunnar Engellau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었다. 당시 안전벨트는 2점식으로 무릎을 고정하지만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지 못하여 탑승자를 보호할 수 없었다.
1950년대까지는 더 나은 방식이 없었으므로 2점식 안전벨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에게 교훈이 되는 사례로서 당시 2점식 안전벨트가 통용되는 규범이었지만 Volvo는 이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개선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두려운 일일 수 있으며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성공한다면 어떨까? 이 기술은 실제로 성공했다.
3점식 안전벨트가 부상 및 사망 위험을 50%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Volvo는 이 기술을 철저하게 준비했으며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Volvo는 모두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를 공개했다. 이 결정으로 수백만, 수백억달러를 벌어들일 기회를 잃었을 수도 있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제조사라는 평판과 높은 안전성에 대한 명성이 남았다. Volvo는 경찰보다도 더 우수한 수행 능력을 보유한 사고 조사 전담 팀까지 운영할 정도로 안전성을 강조한다.
◆ Tesla와 Toyota의 사례
Toyota와 Tesla도 특허를 무료로 공개했다. Elon Musk는 2014년 Tesla가 보유한 EV 기술 특허 중 다수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Musk는 당시 “Tesla가 매력적인 EV를 생산하기 위한 길을 마련한 후 지식 재산을 지뢰처럼 사용하여 다른 제조사들을 막는다면 목표에 모순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탄소 배출 저감은 전 세계의 목표이며, Tesla는 EV 기술 특허를 더욱 널리 사용하도록 공개하여 이 목표를 집단적으로 달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Toyota도 2019년 차량 전동화, 특히 하이브리드와 관련된 기술 특허 약 2만4천건을 로열티 없는 실시권으로 공개했다. 전기 모터, 전력 제어기, 시스템 제어 장치가 포함되었으며, 실시권 설정 기간은 2030년 말까지 유지된다. Toyota는 2019년 “당사의 차량 전동화 시스템에 대한 로열티 없는 특허 실시권을 허락하고 기술 지원을 제공하면서 전동화 차량의 폭넓은 사용을 촉진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각국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들, 사회 전반의 기후 변화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 특허 무상 공개의 배경
이러한 사례는 선의에서 나온 것일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관대한 행동인 것은 분명하지만 Toyota와 Tesla 프로그램은 모두 요구사항과 일부 숨겨진 비용을 언급한다.
Toyota의 계약은 유료로 기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술은 이용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를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하여 Toyota는 이 계약을 통해 일부 수익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실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요구사항도 있다. 이 계약에는 효과적으로 정의되었으며 실시허락자(licensor)로서 Toyota에게 유리한 조건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예컨대 Toyota가 로열티 없이 허락한 특허 기술과 관련하여 실시권자(licensee)가 발명한 기술의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적어도 관리를 제한하는 ‘그랜트백(grant-back)’ 조항 등이 있다. 그러므로 Toyota의 로열티 없는 특허 기술을 이용하여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발명했다면 이 기술을 Toyota에게 양도해야 하거나 적어도 실시권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esla의 프로그램은 Musk가 “당사자가 선의로 행동하는 한 EV나 관련 장비에 관한 활동이 Tesla 특허를 침해하더라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므로 Toyota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예컨대 ‘선의로 행동한다’의 의미에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모호한 지점이 있다.
Tesla는 로열티 없는 특허의 이용자들이 Tesla에게 특허는 물론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 및 영업 비밀 도용 등 다른 형태의 지식 재산 남용과 관련한 분쟁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Medium.com의 기고자들처럼 더욱 회의적인 입장에서는 Musk가 훨씬 관용적이지 않은 이유로 특허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해당 기고자들은 ‘Tesla 특허 무상 제공 이면의 천재성, 더 큰 성공을 위한 Elon Musk의 계획(The Genius Behind Tesla’s Patent Giveaway: How Elon Musk Played the Game to Win Big)’ 기사에서 Tesla가 특허를 공개할 당시 두 가지 큰 장애물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V 시장 규모가 너무 작고 충전 기반시설이 부족했던 것이다. Musk는 특허를 공개하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으며 Tesla는 항상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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